혼인신고 후 세상 떠난 여군.."용서 못 해요"

신재웅 2021. 6. 1. 06:4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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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뉴스투데이] ◀ 앵커 ▶

공군 부대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신고했던 여성 부사관이 세상을 등지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.

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날은 혼인 신고를 한 바로 그날이었습니다.

신재웅 기자입니다.

◀ 리포트 ▶

지난 3월, 공군 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.

선임인 장 모 중사는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고 했습니다.

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이 부대에는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던 상황,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습니다.

[故 이 중사 고모] "(이 중사가) '평소에도 압박도 주고, 야단도 치고, 욕도 하고 굉장히 힘들 게 했던 사람이 명령하는 거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다'고 (했어요.)"

술자리가 끝나 돌아오는 길, 이 중사는 차 뒷자리에서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.

앞자리에선 후임 부사관이 운전 중이었습니다.

[故 이 중사 어머니] "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, 가슴도 만지고,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거예요.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."

이 중사는 차 문을 박차고 내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습니다.

그러자 가해자는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 테면 해보라고 비웃었습니다.

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"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냐"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.

분리 조치도 즉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.

가해자는 '죽어버리겠다'고 협박했고,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습니다.

이 중사는 '불안장애', '불면증' 등으로 "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"는 진단을 받았습니다.

결국 이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습니다.

하지만 압박은 더 커졌습니다.

[故 이 중사 고모] "피해자가 아니라 '관심 병사가 여기 왔으니까 우리가 얘를 잘 관리해서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돼'…'너네 부대에서는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FM대로 해' 그러면서 눈물 쏙 빠지게…"

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.

이 중사는 남자 친구와의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.

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했습니다.

휴대폰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 과정을 전부 녹화했습니다.

[김정환 / 피해자 측 변호인] "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시기 전에 울먹이는 모습을 봤어요. 그거를 왜 남기셨을까. 그리고 그 영상을 유가족께서 공개하겠다고 하실 정도면…"

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는 '나의 몸이 더럽혀졌다', '모두 가해자 때문이다'…였습니다.

장례를 미룬 유족들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.

[故 이 중사 아버지] "나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, 내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엄마 아버지한테 보내주는 거예요. 엄마 아빠한테…"

MBC뉴스 신재웅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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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재웅 기자 (voice@mbc.co.kr)

기사 원문 - https://imnews.imbc.com/replay/2021/nwtoday/article/6215047_34943.html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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